경북의 착한 기업과 똑똑한 소비자가 만나다

입력 2022-12-20 17:08   수정 2022-12-20 17:09

경북의 착한 기업들이 똑똑한 소비자들을 만나 폭풍 성장하고 있다. 경북의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최근 몇 년 사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똑똑한 소비 트렌드와 만나면서 기업과 제품, 서비스의 진정성을 인정받으며 견실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미닝아웃, 바이콧, 가심비 소비, 돈쭐은 똑똑한 소비자들이 만든 소비트렌드의 변화다. 미닝아웃은 MZ 세대 중심의 ESG 소비자를 겨냥한 가격과 품질 이외의 요소를 중시하는 소비를 통해 개인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표출하는 것을 일컫는다. 바이콧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불매운동의 반대 개념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자 하는 운동이다.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도를 뜻하는 가심비소비도 한몫했다. 착한 기업의 제품을 사줘서 돈으로 혼쭐 내주자는 적극적 돈쭐 구매 운동도 이들 착한 기업가들이 어려운 경기 속에서도 오히려 성장하는 힘이 되고 있다.
경북 사회적기업, 고용 53%가 취약계층
경북의 사회적기업(예비사회적기업 포함)은 지난해 말 373개로 늘었다. 전체 상근 근로자 4004명 가운데 53.3%인 2134명을 취약계층에서 채용했다. 20·30세대 청년 근로자를 42.3% 채용하고 있고, 청년 대표자 비중이 18%에 달한다. 또 전체 근로자 가운데 여성 근로자 비중이 55.9%, 전체 대표 가운데 여성 대표자도 38.3%로 높다.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는데 중요한 여성의 유입과 경제활동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제2, 제3의 우영우 키우는 경북 기업들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의 성장스토리를 다룬 ENA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올 한해 한국을 넘어 세계적 콘텐츠로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제2, 제3의 우영우를 키운 ‘한바다’ 같은 경북의 기업들이 화제다.

50g 한 팩에 800원 하는 새싹 채소와 베이비 채소를 길러 한 해 매출 38억원을 올리며 전국 1위의 기업으로 성장한 안동의 유은복지재단나눔공동체(이사장 이종만, 원장 김현숙)는 전체 직원 51명 가운데 36명이 중증장애인이다. 김현숙 원장은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공급되는 새싹채소의 70% 이상은 우리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우영우 변호사처럼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중증장애인 2명을 포함해 지적장애인 12명 등 36명의 장애인이 비장애인 근로자 15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자폐를 가진 장애인이나 지적장애인들이 우영우처럼 천재적 실력을 발휘하는 경우는 현실에서는 극히 드물다. 현장에서는 직장에 적응하는 자체가 기적 같은 일로 받아들여진다.

김 원장은 “생산성이나 속도를 생각하면 우리 같은 기업은 탄생할 수 없다”며 “청각장애인은 지적장애인을 돕고, 자폐장애인은 지체장애인을 돕는 가족 같은 회사 분위기가 전국 1위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38억5600만원을 기록했다.

경북 칠곡의 종이컵 제조회사인 제일산업(대표 정하일)도 전체 근로자 28명 중에 중증장애인 18명이 근무하는 기업이다. 연간 5억개의 종이컵을 생산하는데 불량률이 ‘0’에 가깝다. 이곳의 장애인들은 종이컵의 불량을 찾아내는데 독보적인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18명 중의 12명은 5~10년 이상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8억5000만원으로 올해만 4명의 장애인을 더 채용했다. 6, 5oz 크기 종이컵 기준 전국 3위다.

60여명의 장애인 바리스타가 우영우처럼 카페의 주인공으로 활동하는 히즈빈스 카페도 요즘 화제다. 2009년 포항의 한동대생 3명이 창업한 향기내는사람들(대표 임정택,이민복)의 카페 ‘히즈빈스’는 전국 직영점과 가맹점이 19곳과 필리핀점 등 20곳으로 늘었다.

이곳의 바리스타는 모두 장애인들이 맡고 있다. 이 회사는 장애인 고용 대신 부담금을 내는 문화를 바꾸기 위해 직영점과 함께 기업이나 공기업이 장애인을 직접 고용하는 사내 카페를 만들고 운영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장애인들이 바리스타로 일할 수 있도록 선배 장애인, 사회복지사, 정신과 의사들이 다각적으로 지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2020년 특허도 획득했다. 지난해 매출 27억원을 기록했다.

박철훈 소셜캠퍼스온경북 센터장은 “많은 사람이 드라마 우영우에 감동한 이유는 장애인을 단순히 돕는 것이 아니라 ‘한바다’ 소속 동료와 선배들이 영우를 동료로 인정하고 따듯한 마음으로 함께 일하며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에 있다”며 “경북의 착한 기업들은 사회적 취약계층과 함께 일하면서 ‘하루하루가 기적’ 같은 성공 스토리를 써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ESG로 승부 거는 착한 생산자들
청년이 디자인하고 할머니들이 손수 만들며 ‘청년+할머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상주의 알브이핀은 매듭소품, 뜨개소품 등 수공예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연예인들이 착용하며 알려지기 시작했고 가치있는 미닝아웃(소신소비)을 추구하는 MZ세대 소비자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구매과정에서 고객들이 기부할 수 있도록 해 누적 1억 5000만원을 기부했다. 경북 구미의 착한영광버섯마을은 백화고 종자의 송표버섯을 재배하면서 청·장년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손광식 대표는 올해 수십번의 실험과 도전 끝에 버섯과 발효콩, 누룩(유산균)으로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 비건 단백질 바를 개발했다. 코로나19로 영덕의 축제가 모두 멈춰선 2020년. 대게 축제로 한해 수입 절반을 벌던 대게 어민들의 고통을 덜기 위해 ‘대게 어간장’을 개발한 더동쪽바다가는길은 대박을 냈다. 포장용 종이 박스를 접는 일을 지역 중증 장애인 시설에 위탁해 장애인 일자리 16개를 만들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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